변화에 익숙해지기

손님을 집에 초대하는 일이 예전처럼 부담스럽지 않다. 손님을 초대하는 일이 왜 부담스러웠는가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결국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데, 무엇이 익숙하지 않았었나?

여러명을 위해 좁은 부엌에서 요리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부엌은 내가 가져본 것 중 가장 작다. 너비가 1미터도 안되는 공간을 활용해 4~5가지 메뉴를 준비하는 것이 힘들다. 그리고 조리법에 숙달되지 않았다. 한식을 준비하는 것은 주로 엄마가 하신 일이었고, 집에서 내가 한 요리라고는 쉬운 단품요리를 제외하고는 다 양식이었던 관계로 재료의 분량을 확인해가면서 만들어야 했다. 특히 한식은 양식과 달리 한상차림이기에 다수의 요리가 제 온도에 맞게 동시에 나가도록 하는 일은 상당히 머리가 아팠다. 좁은 부엌에서 이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상황을 더 복잡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손님맞이가 익숙하지 않았다. 손님을 집으로 초대해 본 경험이 별로 없었기에, 손님을 맞이하고, 요리가 완료되기 전까지 손님이 편하게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잘 모르니 마음이 불편했다. 특히 내 손님이 아니라 옌스의 손님으로 처음 만나는 사람을 맞이하는 것에서 더욱 불편함이 있었다.

무엇이든 자주 해봐야 는다고, 손님을 자주 맞이하다보니 여유가 생긴다. 여유가 생기니 또 초대하겠다는 마음도 먹게된다. 물론 손님 초대하는 일도 돈이 꽤 드는 일이라, 이번 달 손님을 너무 많이 초대했더니 생활비를 너무 많이 써버렸으니, 한동안은 초대는 자재해야겠지만 말이다.

현지에 영구 정착할 목적으로 삶을 셋팅하기 시작한지 이제 반년이 되었다. 이국땅에서, 학교가 시작하기 전까지 어디고 적을 두지 않는 생활을 처음으로 해보면서, 외로움도 느껴보았다. 그러나 이제 현지의 네트워크도 조금씩 구축되고, 말도 조금씩 늘기 시작해 주변인과 친밀도도 높아지면서 조금씩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이 들고 있는 요즘 여름도 막바지에 접어들어간다.

코트라를 다니며 해외 생활의 햇수가 늘어가면서 내 인간관계의 지형이 이미 많이 바뀌긴 했지만, 그곳을 떠나 현지에 정착하면서 그 모습은 더욱 크게 변할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하니까. 그래도 좋은 것은 오래 묵을 수록 좋은 것이니, 내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변함없이 더 좋을 것이고, 새로운 것은 더하면서 가꿔가면 된다. 정리되는 인간관계엔 서운해할 이유가 없다. 그건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니 나에게도 책임이 절반이 있기 때문이고 결국 그 또한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반려를 얻게 되면서 생긴 여러가지 변화는 나에게 모두 중요하고 긍정적인 것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것도 여전히 있지만, 어색하고 힘들었던 손님초대가 반복되면서 즐겁고 익숙해지는 것처럼 내가 겪고 있는 이 모든 변화도 시간이 지나서 익숙해지면 유익할 뿐 아니라 즐거울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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